이쪽은 제 전 남자친구예요. 여원아 결혼했다는 말을 왜 그렇게 해...
       
娑曦
이쪽은 제 전 남자친구예요. 여원아 결혼했다는 말을 왜 그렇게 해...

결혼은 컴백만큼이나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십살 때는 밤을 꼴딱 까먹고 촬영을 해도 피곤한 줄을 몰랐는데, 삼십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드레스 몇 벌을 입어보고 사진 몇 장 찍었다고 피로가 밀려왔다.

“예전에는 그렇게 바쁘게 살고도 어쩜 그리 멀쩡했나 몰라.”

미처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엎어지며 김여원은 툴툴 거렸다. 그 여자가 내팽개친 외투를 잘 걸어두던 선아현은 웃으며 김여원을 달랬다. 그땐 어렸잖아. 나도 오늘 힘들었거든. 그래도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자. 겨우 몸을 일으킨 김여원은 입술을 삐죽였다. 결혼이 이렇게 바쁜 건 줄 알았으면 안했을 텐데.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그녀를 선아현은 밉지 않게 흘겨봤다. 이 결혼식이 뭐라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많은 김여원은 눈을 피했다.

”이제 식 올리는 것만 남았잖아.“

”그래서 겨우 버티는 거야!“

세트로 맞춘 파자마, 2개가 된 양치컵과 칫솔, 킹사이즈의 침대. 살림은 진작에 합쳤고 혼인신고서 제출할 준비도 다 끝났다.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가족이 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들의 이십대는 눈이 시리게 반짝였고, 눈이 멀 듯 터지는 플래시 뒤에 숨어 울 일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순간까지 왔다.

”청첩장 문구는 누가 생각했길래 그렇게 잘 나왔나 몰라.“

겨울의 다음 계절은 봄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봄을 맞이하게 될 거야. 다음 봄은 우리가 부부라는 이름을 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계절이 되겠지. 추운 겨울은 꼭 붙어서 이겨내고, 우리에게 마법이 찾아왔던 어느 여름 밤처럼 따스한 봄을 함께 맞이하자.


2023년 11월 21일, 저희가 함께 맞이할 따스한 계절을 함께 그려주시길 바라며.

영해 님
부추 님
부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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