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핫초코 금지령 발령
       
娑曦
긴급! 핫초코 금지령 발령

사랑의 핫초코는 식후에 드세요 그 뒷 이야기의 현삐 트윗 썰 백업

2022.09.06
핫초코를 돌려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김여원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곧 라비타가 1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컴백하니 체중조절을 해야겠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아이돌인 자신을 사랑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사랑했지만 체중조절을 혐오했다. 비슷한 몸무게여도 남들보다 살이 많은데다 잘 빠지지도 않았다. 원체 동글동글해서 살쪘다는 악플도 달고 살았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배는 빡센 다이어트를 요구 받는다는 거다.

아이스크림, 핫초코, 빵 등등... 평소 친하게 지내며 몰래 사탕 하나씩을 용인해주던 매니저 언니는 매정하게 금지 식품을 읊었다. 디저트류를 지나 떡볶이 치킨 피자 같은 식사류까지 야무지게 제한한 후에야 그녀는 김여원에게 플라스틱 통을 내밀었다. 닭가슴살 샐러드였다. 치즈도 드레싱도 없는.

그게 김여원이 간만에 선아현과 마주 앉은 식탁에서 풀 쪼가리만 깨작거리게 된 사연이었다.

-이번에는 어, 얼마나 빼야 한다고 했지?

-7kg은 빼야할거래... 쉬면서 살 많이 쪘다고 혼났거든.

디저트를 너무 사랑해서 문제인 김여원은 카메라에 딱 예쁘게 나오기 위해서 남들보다 열심히 체중을 감량할 필요가 있었고 설탕과 밀가루가 조금만 들어가도 살이 붙었기 때문에 컴백 준비 기간에는 디저트를 입에도 대지 못했다.

가뜩이나 한동안 핫초코 금지령 때문에 양껏 마시지도 못한 터라 하루가 갈수록 단 음식을 향한 갈증이 심해졌다. 샐러드에 설탕을 뿌리려다 아현이에게 적발당한 적도 있으니 말 다했다.

-컴백까지 얼마나 남았어?

-이제 한 달 정도? 얼마 안 남은 게 내 유일한 희망이야...

춤이 상당히 부족한 터라 항상 늦게까지 남아 안무 연습을 하다 오는 김여원은 고구마와 샐러드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식탁에 늘어졌다. 힘 있는 찰푸닥, 도 아니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스르륵 이었다.

-진짜 케이크 한 조각만 먹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

-아니야 여원아...! 멋지게 무대 한 다음에 활동 끝난 기념으로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옛날에는 이렇게 조르면 몰래 한 조각 정도는 허락해줬는데. 선아현이 김여원을 잘 아는 만큼 김여원도 선아현을 잘 알았다. 저렇게 나오면 이건 실패였다. 시무룩한 표정에 선아현은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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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지옥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디저트 금지령은 유효했다. 활동이 다 끝날 때까지 금지였고 회사에서는 매니저와 리더언니가, 집에서는 아현이가 철통같이 감시했다. 사탕 하나 집어 먹기도 눈치가 보였다.


그런 살벌한 감시에 본격적인 체중감량 두 달 동안 단 음식은 입에도 못 댄 바보는 결국 각성했다. 그냥 바보에서 치밀한 바보가 된 것이다.

티저가 올라가고 이제 정말 컴백까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간신히 메인 댄서 멤버와 안무가 선생님께 오케이를 받은 김여원은 일찍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아현이도 스케줄을 간 터라 두 사람의 집은 텅 비어있었다. 완전 범죄를 저지르기에 제격이었다는 거다.

좋아하는 빵집에 들르기에는 보는 눈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케이크를 사 왔다. 골목길 빵집의 케이크였다면 그걸로도 만족했겠지만, 편의점 케이크라니. 결국 김여원은 아직도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핫초코 가루 통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식사를 안 할 거니까 괜찮을 거야! 바보같이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뜨거운 물을 붓자 달콤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정말이지 너무 오랜만에 맡는 향이라 김여원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늘은 진짜 딱 한 잔만 먹는 거야. 비장한 얼굴로 바보는 잔을 아주 살짝 기울였다. 아껴먹을 거라는 생각이 투명했다.

이미 목표치보다 더 감량을 해둔 터라 죄책감도 옅었다. 두 달 동안 초식동물처럼 살았으면 하루 정도는 해방의 날을 가질만하지. 멤버들이 들었다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을 텐데 생각인 게 아쉬웠다.

야금야금 먹고 있는데 현관에서 키패드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그녀를 제외하면 단 한 명이었다. 하지만 아현이는 저녁 먹고 밤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김여원은 급하게 남은 핫초코와 케이크를 들고 개수대로 달려갔다.

무작정 컵을 뒤집어 남은 음료를 버리는 사이에 달콤한 향을 맡은 아현이는 부엌에 들어와 있었다. 아,아현아 다녀왔어?! 지레 찔려 목소리가 높아지는 그녀를 본 선아현이 물었다. 여원아 뭐 하고 있었어...

그렇게 핫초코와 편의점 케이크가 올라간 단출한 다과회는 끝을 맺었다. 사고 친 토끼 같은 표정으로 우물쭈물 너무 먹고 싶었다고 말하는 연인에 선아현은 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고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해줬다.

대신 핫초코 가루는 이번에는 아예 집을 떠났다. 아무래도 핫초코랑은 좀 멀어져야 할 것 같아. 테스타 숙소에 핫초코를 기증하고 온 선아현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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