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이파리 한 장은 사랑으로
       
娑曦
부족한 이파리 한 장은 사랑으로

클로버와 현삐 이야기 트위터 썰 백업

2022.09.14
이사를 앞두고 김여원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현이도, 그녀 자신도 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새로 사서 채워 넣을 물건이 많다 보니 최대한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차곡차곡 아쉽지만 처분할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김여원은 학창 시절 표지가 닳도록 읽던 소설책 한 권을 찾아냈다.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적힌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딱 그 시절 좋아했을 책이라 웃음이 나왔다.

이것도 추억이라고, 굳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낡아버린 책을 펼치는데 책장 사이로 툭 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주위 들고 보니 잘 코팅된 클로버였다.

-이런 게 왜 여기에...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김여원은 잠들기 전에야 겨우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때 네 잎 클로버를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다. 혼자 찾으면 못 찾을 거 같다고 아현이를 끌고 가면서까지. 학교가 끝난, 아직 더울 시간에 쭈그리고 앉아 풀밭을 뒤지는 일이 많이 귀찮았을 텐데도 그는 내색 없이 그녀를 따라오고는 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고 으스대면서 오고는 했는데 몇 차례의 탐색에도 두 사람은 허탕만 쳤더랬다.

-역시 못 찾으려나 봐
-으응, 그러게... 아, 아쉽다

온통 풀이 붙고 흙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 털고 이제 집에 돌아가자며 아현이에게 내밀었다. 대충 털어낸 손은 더러웠을 텐데 그는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늦었다고 잔소리 듣겠다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으며 두 사람은 자주 손을 잡고 걸었다.

그 후로도 얼마간 행운의 클로버를 찾아 다녔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마침내 김여원이 네 잎 클로버 탐라를 포기한 날, 선아현은 그녀에게 잘 코팅된 클로버를 내밀었다.

-네, 네 잎 클로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도 모양이 예, 예뻐서...
-우와 이거 아현이가 직접 만든 거야?
-응...! 모양새가 예쁜 것을 잘 고른데다 공기가 들어가거나 뜬 부분 없이 고르게 눌려있었다. 혼자만 행운의 네 잎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깜짝 선물에 밀려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참 책 많이 읽을 때 책갈피로 썼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책이랑 같이 버릴 뻔했네! 이미 수십번은 읽어 내용을 외워버릴 지경인 책을 펼치고 싶었던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나 보다고 김여원은 웃었다. 아현이 만나면 기억나냐고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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