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세계는 이미 끝나있었을지도 몰라
       
娑曦
어쩌면 내 세계는 이미 끝나있었을지도 몰라

마녀 비비와 오래 전 죽은 마녀의 애인 현삐 트윗 썰 백업
2022.11.07
마물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 지 오래인 숲속의 작은 성에는 무엇인가가 살고 있다. 그것이 수배를 피해 도망친 범죄자라는 말도 있었으며 인간을 홀려 피를 취하는 흡혈귀라는 말도 돌았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성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소문은 모조리 틀렸다는 것이다.

창백한 피부와 투명한 푸른 눈. 앙상하게 마른 여자는 검은 베일을 쓰고 그늘에 앉아 있었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차는 초라하게 식어갔고 양초는 결국 녹아내렸다. 커튼을 두껍게 쳐서 햇빛 한점 들어오지도 않은 어두운 공간에서 그녀는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독서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행위는 해가 져서 커튼을 걷어낼 때까지 이어졌다. 여자는 달빛이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창가에서 멀어졌다. 높은 구두를 신었는데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기묘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침실이었다. 하지만 잠드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옷은 여전히 치렁치렁한 검은 드레스였고 베일 또한 걷어내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푹신한 침대에는 아름다운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정말로 마녀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잡혀 죽거나 숨어버려서 '밖'에 있는 진짜 마녀는 얼마 남아있지 않다. 그녀가 사는 이 성은 마녀들이 살아 숨 쉬며 밤이 아닌 낮을 살 때 지어졌다.

그때는 이 성을 둘러싼 것이 숲이 아니라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도우며 세상을 배우던 여자는 한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아름답고 다정한 남자였다. 그들은 곧 같은 마음임을 알게 되었고 성에서 단출한 결혼식을 올렸다.

마녀는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맞추었다. 잠도, 음식도, 사소한 습관들도. 하지만 딱 하나, 수명만큼은 그에게 맞출 수 없었다. 항상 따스한 갈색이던 남자의 머리카락에서 처음으로 흰 머리가 자랐을 때 그녀는 불안감을 느꼈다.

간만에 마녀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날아가 인간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법에 대한 책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녀는 낭비한 시간을 자책하며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늦출 방법은 있었다. 마을과 교류를 끊고 성의 문을 닫았다.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두 사람은 그런대로 행복했다.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 순간은 다가오기 마련이라. 마녀는 남자와 함께 죽기를 원했으나 남자는 그녀가 살아가길 원했다. 남자가 죽은 듯이 잠든 후로 그녀는 성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사랑했던 마을은 사라지고 울창한 숲만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모두 잊힌 이야기일 뿐이다. 마녀는 하루하루 죽기 위해 살았다. 이미 수백 번은 읽은 책을 다시 펼치며 추억을 곱씹는다. 과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의 몸과 성은 햇빛에 취약해졌기에, 혹시라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가 살아있었던 때처럼 모든 문을 걸어 잠갔다.

내가 불길에 걸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오직 너의 유언 때문이지만 나는 지금이 더 불에 타는 것 같아. 마녀의 키스는 잠든 왕자님을 깨울 수 있을까? 마녀는 베일 너머로 그에게 굿나잇 키스를 건넸다.